《유사 자아와 파레이돌리아 A Quasi-Self and Pareidolia》는 서지우, 안민환, 이용빈 작가의 미시적인 역사에서 출발해 비물질에서 물질로 향하는 과정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파레이돌리아는 개인/사회의 시각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의미한 형상에서 패턴이나 논리를 찾아내는 인간의 심리 현상 혹은 해석을 뜻한다.¹ 입체-자아를 조직하는 세 명의 작가는 각자가 쌓아온 유-무의미한 데이터에서 추출한 건축, 게임, 조각이나 회화에서 기인한 볼륨을 불러온다.


세 명의 작가는 조각이라는 장르 아래에서 ‘파레이돌리아’를 시각적, 입체적으로 이식하거나 보는 이로 하여금 지나쳤을 법한 외견과 내형을 다시 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장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작가들의 데이터 세트의 충돌과 연대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때 로버트 스미드슨이 제시한 조각의 ‘엔트로피’² 개념이 기저에 깔리게 되는데 이는 “남아서 가용한 에너지에서 무용한 에너지”로,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하게 흘러가는 것, 열역학 제2법칙에서 제시되며 조각-입체의 주요 해설점으로 남아있다. 무질서하고 무용한 시각정보와 전시장에 놓인 볼륨들 사이의 유/무의식적 연결과 자의적 해석은 무수히 새롭게 갱신되는 관계를 유발한다.


쌓거나 무너뜨리고 재건하는 등 다양한 루트로 입체로 진입하는 세 작가는 유사 자아를 대입한 조각과 그 지점에서 맞닥뜨린 시각-촉각적인 파레이돌리아를 공유한다. 현상은 우발적이기도 하고 고의적이기도 하다. 작품들은 작가의 미니어처 몸으로 전시장에 눕거나 곧게 서거나 등을 굽히고 간혹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듯한 자세를 한다. 노출되거나 숨어있는 자아를 입체(조각)적으로 찾아가는 세 작가의 여정을 목도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¹ Robert G. Bednarik(2017), Pareidolia and rock art interpretation, Anthropologie (Czech Republic) 55(1-2), Hebei Normal University.

² 엔트로피는 열역학 법칙으로부터 왔으며 사용 불가한 에너지로, 에너지는 언제나 최대로 향하는 경향이 있고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란 사용 가능한 에너지가 완전히 사용, 확산되었을 때, 가장 무질서한 상태이다. 윤난지(엮은이), 『현대조각 읽기』 (한길아트, 2012), p366-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