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hwan__an
안민환 작가의 신작 <150x90: 스스로를 파괴하는 무無>, <풍경조각 3 : 회화,좌대,조각>는 유용에서 무용으로 흐르는 ‘엔트로피’ 에너지를 신체적으로 받아들인다. 본 전시에서 안민환은 ‘풍경조각’이라는 연작에서 주로 드러냈던 비-/인간의 살갗, 주름에서 확장하여 조각의 필과 멸, 유와 무에 집중한다. 조각-회화의 관계를 ‘좌대'라는 접속사로 이어주며 매체 간의 연대를 선사하는 동시에 다름을 각인한다. 작가는 좌대로 하여금 평면과 입체를 아우르는 매개체이자 다름을 표징하며, 이는 작가가 전통적인 두 장르의 교란과 융합을 꾀하는 실험 중임을 짐작게 한다. 작품명에 전면으로 ‘좌대'를 노출하며 유용-무용함, 입체-평면의 에코톤³을 하나의 작품으로 응집시킨다. <150x90: 스스로를 파괴하는 무無>는 ‘철망’이라는 물성에서 출발하여 작가가 입체와 평면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유용의 범주에서 규격화(150x90cm)된 다공성⁴의 철망을 잘라내어 위로 접어 올리면, 면으로 이루어진 3차원의 형상이 솟아난다. 솟구치며 반복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팽창된 면면을 끌어올리는, 제의적이며 의례적 수행을 작품으로 승화한다. 다공성의 물질을 다시금 도려내어 마감하는 수련은 작가가 자아를 재구성하는 행위와 일치하며, 작가의 몸짓과 작업이 중첩되는 착란을 일으킨다.
안민환(B. 1988 )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 석사 졸업 후, 서울을 기반으로 내밀함이 묻어있는 개인적-서사적 입체를 조각하며 존과 실에 대해 사유하고 탐색한다.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을 나타내는 시각 기호를 추출하고, 현존하는 ‘신체의 유한성’과 뜨고 지는 ‘생애의 일회성’, 쉽게 축적되는 ‘일과적 행위’에서 오는 기시감의 형태를 불러내어 입체로 만든다. 입체를 이루는 물성(라텍스, 나무, 이끼, 우레탄폼)의 변주를 통해 평면과 조각, 생과 사의 간극을 끊임없이 가로지른다.
개인전 《그날도 어김없이 해가 떴고 나도 어김없이 눈을 떠야만 했다.》(울산문화예술회관, 2019), 단체전 《대발생》 (은평문화예술회관, 2023), 《Ten-sion》(So.one, 2022), 《머리 없는 몸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들》 (n/a, 2021), 《느슨한 연결구조》(공간형, 2020)등에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³ 두개의다른종이만나융성하는지점
⁴ 무수하게 많은 구멍을 가진 성질로 종류의 가스체끼리 혼합되어 상호 확산되면서도 화학적으로 결합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다. 즉 구멍을 지니며, 이 구멍을 출입함으로써 서로 순환, 삼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가토 히사다케, 구보 요이치, 고즈 구니오, 다카야마 마모루, 다키구치 기요에이, 야마구치 세이이치, 이신철, 『헤겔사전』 (도서출판b, 2009), 원제 : Hegel Jiten (1992년)
작품이 탄생하는 작업실은 작가들의 세계관이 분해되고 조합되는 공간입니다. 도록을 구성하는 작품 이미지는 작가들의 작업실을 배경으로 촬영되었습니다.
<150x90cm : 스스로를 파괴하는 無>2023, 나무, 핸디코트, 아크릴릭, 유화, 레진, 우레탄폼 140x40x40cm
<풍경조각3: 회화,좌대,조각>2023, 나무, 핸디코트, 아크릴릭, 유화, 레진, 우레탄폼 140x40x60cm
<풍경조각2: 영혼이 머무는 산>2023, 흙, 우레탄폼, 레진, 석고, 나무, 유화, 아크릴, 로프, 아이너트 210x65x85cm